장비욕심 (3)

오늘은.../카메라 이야기 2005. 12. 2. 19:19 posted by tolkien
27만 7천원짜리 디지탈 카메라에 대하여......
(blog가 아니고 회원제 게시판 글이라서 보기 힘들겁니다.)

흔히 말하는 똑딱이 디카로 찍은 사진과 함께 몇가지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그에 대한 백미는 이호기 님께서 쓰신 댓글 입니다.
"좋은 사진이라는거 일단 말씀드리고요...

축소광학계 디지털들은 접사에 유리합니다. 심도확보가 쉽기 때문입니다...
상기 사진들은 D-SLR이었으면 찍기 힘든 사진들이죠... 저것들을 D-SLR로
찍기 위해선 링플래쉬내지는 외부동조플래쉬, 200밀리 매크로렌즈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것만으로 저런사진 찍을수 있냐면 것도 아닙니다... 추가적인 심도
확보를 위해서 삼각대가 필요해지구... 여튼 장비만 한짐 됩니다...

축소광학 카메라는 반면 인물사진에 취약하죠... 아웃포커싱이 거의 안되기
때문입니다... 덮어놓고 내공을 논하기는 힘들겠죠? 기계의 한계는 있게 마련
입니다. 여기서 두 갈래길이 나뉘는데, 하나는 자신의 기계에 맞는 사진을 찍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에 맞는 기계로 가는 겁니다...

저같은경우는 D100쓰다, 결국엔 D100을 팔고 F80과 좋은 렌즈 딱 하나로 왔습니다...
렌즈뽐뿌도 받지 않고(저한테 이이상의 렌즈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 렌즈에
맞는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주제가 분산되는 풍경이나 정물을 싫어하고 아웃포커싱
에 의한 심도조절의 묘미를 좋아하는 저로선 준망원 줌인 이 녀석이 너무 맘에 들었
습니다... 사진도 만족하고요...

사진을 찍는 것도 사람이고, 자신이 원하는 기계를 고르는 것도 사람입니다... 무조건
좋은 장비 사는 사람이 부끄러울 필요는 없습니다. 재벌2세가 아닌이상 결국 자신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좋은 장비를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요는 그 기계로 좋은 사진이
나올 때 까지 열심히 찍는 겁니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0년정도?) 제가 열심히 찍은
필름 한롤 현상하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소위 말하는 수율(맘에든샷)은 거의 비슷한
숫자로 나옵니다. 이건 고수분들도 마찬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그건 경험에서 나오는 [기다림] 이라고 봅니다. 좋은 샷이 나오는 찬스를 기다리는 거죠.
셔터챤스는 좀 우습게 표현하자면 "사진의 신이 주는 기회"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사진의 신(^^;)은 모든이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되도록 노력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좋은 샷이 나오려면 역시 시간을 많이 투자
해서 열심히 찍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위의 musk님이 찍은 사진은 대부분 수준급의 사진입니다... 8개월 동안 쓰셨다고 했는데
저 몇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musk님이 산과 숲과 강을 헤메고 다니셨을 노력이
눈에 보입니다. 더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저 사진들이 더 좋게 나왔을 것이 분명
합니다... 또한 카메라의 한계로 찍지 못한 사진도 있었을 것이며,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졸속샷도 엄청 많이 나왔겠지요...

좋은 장비를 쓰는 것은 전혀 부끄럽지 않을 일입니다. 부끄러운 것은 많은 샷을 찍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PS.다시봐도 감탄이 나네요... 저도 곤충접사 좋아하는데 잠자리 교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샷에 속합니다... 2초인가 3초 정도 하던데...ㅡ.ㅡ;;; 저에겐 아직 사진의 신이
좀더 수양을 닦아야 기회를 줄 모양입니다 ^^;"